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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MZ 세대 힐링 5강-1, 험하고 멀지언정 ‘나’의 길을 간다

by 서울일보 2021. 12. 3.

이제는 ‘가’자 직업이 최고인 시대

10년 넘게 사법고시에 매달리다

송 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C군은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신동 소리를 들었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판사감이라며 칭찬이 자자한 아이였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C군은 거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충분히 S대 법대에 들어갈 실력을 펼쳐보였다. 하지만 수능 시험장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져 그만 성적이 추락했고, 이후 재수에 도전했으나 또다시 수능 시험장에서 똑같은 사건이 벌어져 결국 S대 법대 대신 그보다 낮은 대학의 사회학과를 들어가게 되었다.

수능 시험장에서 C군에게 벌어졌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처음 갑자기 배가 아픈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첫 시간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났으니 C군이 시험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재수해서 시험을 볼 때도 똑같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 결국 C군은 수능을 망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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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C군의 사시 도전은 계속되었다. 틈틈이 친구들을 만났을 때 친구들은 하나둘씩 좋은 직장을 얻고 있었다. 돈을 벌지 못했던 C군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얻어먹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자신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C군은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오로지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 평이 채 되지 않는 고시원에 틀어박혀 C군은 오늘도 깨알 같은 헌법, 민법 책들에 수놓인 글자들과 씨름하고 있다. 친구들은 이미 모두 결혼하여 떡두꺼비 같은 애들이 주렁주렁하지만 자신은 아직 예식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이제 어느덧 이 생활을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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