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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인터뷰

[MZ 세대 힐링 15강-상] 내가 느끼는 문제가 진짜 문제일까

by 서울일보 2022. 2. 8.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Ⅰ.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

H양은 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벌써 백 번째 다이어트이다. 그동안 성공을 몇 번 경험하기도 했지만 성공보단 실패의 경험이 훨씬 많았다. 성공 후에는 언제나 요요현상이 와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번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여자의 스펙에는 날씬한 체형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실 H양이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H양이 자기를 인식했을 때, 자신은 이미 뚱보가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심지어 집에 와서도 엄마 아빠에게 밥을 많이 먹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심한 스트레스에 살을 빼려 노력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음식에 대한 갈망이 더욱 더 간절해졌다. 도저히 음식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끼를 굶은 날은 이튿날 두 배의 양으로 음식을 먹어치우곤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살은 주체할 수없이 찌기 시작했다. 아! 키라도 더 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엄마 아빠의 키가 훌쩍한 탓에 H양의 키도 마치 들풀이 자라나듯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때 살이 빠질 텐데 H양의 살은 키와 비례하여 더욱 더 퍼져나갔다. 중2가 되었을 때 H양은 이미 거구의 남자 레슬링 선수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학교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그 성적과 함께 H양의 자존감 또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한때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는 잘했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인정해주고 있었는데 성적마저 떨어지자 이제 H양이 설 곳은 집에도 학교에도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H양은 결국 삼수 끝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삼류대학에 겨우 턱걸이 합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회사에 입사원서를 보냈으나 아무도 H양에게 연락을 취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한 개인회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면접을 갔더니 H양의 모습을 보고 면접관이 놀라는 눈치였다. 면접관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살을 빼면 받아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H양의 백 번째 다이어트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H양은 정말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 한 컵으로 하루를 버텨냈다. 그만큼 취업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H양은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두 달 만에 20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기적(?)을 이뤄냈고 드디어 그 개인회사에 취직할 수가 있었다.

 

비록 개인회사 경리 일을 맡아보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엄마 아빠는 그 회사를 회사로 인정해 주지 않아 기뻐하지도 않았지만 H양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딱 3개월 후, H양의 모습은 거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의 사장은 그런 H양을 보면서 매일 구박하기 일쑤였고 H양은 또다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하루는 회사의 회식이 있어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큰하게 취한 사장이 H양에게 “야 이 뚱보야, 니가 계약을 어겼으니 넌 해고야, 해고!”라며 비수를 꽂는 것이 아닌가.

그날 집으로 돌아온 H양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는 익숙한 스모 선수가 한 명 서 있었다. 자기가 보기에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H양은 ‘난 왜 이 모양일까’ 스스로 자책하며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H양은 이렇게 살아서 뭣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Ⅱ.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다–모델 김도이

그녀는 고기를 무척 매우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밥상에서 고기가 끊일 날이 없었다.

 

그녀는 즐겁게 그 고기들을 먹어치웠지만 그것은 고스란히 살로 다시 나타나 그녀를 괴롭혔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 약을 먹어보기도 하고 이를 악물고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었다.

 

도저히 먹고 싶은 걸 참을 수 없을 때에는 아예 음식을 양껏 먹은 후 토해내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하늘도 그녀의 노력을 알아준 걸까? 그녀는 드디어 170센티미터에 55킬로그램의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해야 할 그녀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그것은 지독한 우울감이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마치 가면을 쓴 가짜 자기가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좀 뚱뚱하면 어때? 그게 내 모습인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렇게 자연스레 다이어트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당연히 다시 먹고 싶은 걸 양껏 먹었고 살찐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거울 속에 살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데도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지니 마음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이 생겼다. 빅사이즈 모델 제의가 들어왔고 빅사이즈 모델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170센티미터에 90킬로그램의 그녀, 김도이는 이제 빅사이즈 모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서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