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한 젊은 정치인이 평소에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상대에게 “무운(武運)을 빈다”라고 차갑게 전한 메시지를 어느 방송기자가 “부디 행운(幸運)이 없기를 빈다”고 직역하여 항간에 얘깃거리를 던지더니 얼마 전에는 한 유튜브에서 “심심(甚深)한 사과” 운운한 말을 놓고 “무슨 사과를 그리 심심하게 하느냐”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옳지, 도대체 심심한 사과를 왜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쳐서 또 한 번 웃음 반 우려 반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깊이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는 뜻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 그냥 조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정도의 가벼운 사과로 해석한데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학교가 전혀 한자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니 젊은 세대가 한자실력은 물론이고 덩달아 한글 이해력과 표현력에도 상당한 문제를 노출시키는 것 같다. 실질문맹률이 90%를 넘는다는 주장이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재삼 논할 필요가 없거니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우수성 때문에 오히려 한자를 익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으로써 소리글자로서의 한글이 가지는 한계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국문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글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에 기반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에 대한 얼마간의 소양이 없으면 한글 운용능력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등 서양어는 역시 소리글자이긴 하지만 그 어원인 라틴어 역시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어원을 특별히 알고 있어야 할 필요성이 우리 한글처럼 크지 않아 보인다. 한자는 뜻글자이고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 많은 어휘들이 이 뜻글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내도 뜻은 전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서적이나...다음 내용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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