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응(桃應)이라는 제자가 아주 극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맹자에게 기막힌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순(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사법관인 고요(皐陶)는 어떻게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순임금의 아버지 고수(瞽瞍)는 새로 얻은 마누라의 꼬임에 빠져 의붓자식과 공동으로 친아들인 순임금을 못살게 굴던 벽창호 같은 인물이다.
“법대로 집행해야지.” 맹자의 대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고대사회에서 살인자는 죽이도록 법에 정해져 있었으니 마땅히 사형을 집행해야 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자기 아버지의 처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어쩌겠는가? 국법을 따르는 수밖에 없지.”
“그럼 순임금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겁니까?” 임금이 자기 아버지가 사형에 처해지는 것을 두 손 놓고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느냐는 말이다. 아무리 법이 엄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할지라도 임금의 아버지를 처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극히 인간적인 질문이다.
“여보게. 순임금은 말이야, 천하를 다스리는 임금 자리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분이야. 아마도 순임금은 한밤중에 남몰래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저 바닷가의 궁벽진 곳으로 숨어 들어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평생을 유유자적하며 사실 걸세. 천하 따위는 곧 잊어버리고 말지.”
맹자에 나오는 이 대화 장면처럼 극적인 상황은 아닐지라도 법리와 천리 또는 법률과 인정 사이에서 판가름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는 허다할 것이다.
공정은 아주 소중한 것이니 법리를 따지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천리를 어기면서까지 법리를 옹호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다음 내용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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